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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존폐 논란와 교육의 문제: 아이를 창의적으로 놀리자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1. 21. 17:16 자폐아들과함께/교육일반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하는 강수를 두었음에도 자사고의 인기는 여전하네요. 하지만 그 내용을 들어다 보면 자사고에 대한 인기가 상당히 식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존폐 논란에도 서울 자사고 경쟁률 소폭 올라…7곳 '미달'

서울시내 자율형사립고의 존폐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015학년도 자사고 경쟁률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내용대로만 보면 자사고가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지정취소 통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여전히 자사고를 선호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교육특구로의 이사 또는 전학이 여의치 않은 경제상황 등이 종합돼 지역 내 우수한 자사고로 진학하겠다는 학부모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지원기준에서 중학교 내신제한(50%)이 폐지돼 지원자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해에는 상위 50%만 지원했지만 올해는 모든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어 신입생 모집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올해 미달된 학교들은 스스로 자사고의 향후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교육의 문제점

저는 기본적으로 자사고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입시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반면에 일종의 "대안학교"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자사고나 대안학교나 우리의 획일적인 교육과정과 다른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자사고는 우리의 입시위주의 교육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합니다. 누구나 공감하듯이 우리의 입시위주의 교육이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국가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작용조차 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효과도 없이 우리의 어린 학생들을 힘들게 할 뿐입니다.

세계적으로 중고생에 대한 학력평가를 하면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필란드와 우리나라입니다. 두 나라 학생들의 성적은 거의 동등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교육시간에 있어서는 거의 2배나 차이가 납니다. 우리 학생들이 2배나 많이 공부를 하면서도 성적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머리가 멍청해서일까요? 아니면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일까요?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중고등학교까지는 아주 우수한 성적을 보이지만, 대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일순간에 다른 나라의 대학생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헛똑똑이"라든지 "무능력한 지식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학습능력 중에서 무엇보다도 "창의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우리의 암기위주의 교육은 서구의 앞선 기술을 수용하는 데에는 빠르지만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내는 것에는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가경쟁력의 차원에서도 우리의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개발할 필요성이 시급합니다.

놀자, 놀자구!

어떻게 하면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합니다. 영어 속담이 생각납니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Dick a dull boy. 공부만 하고 놀지 않으면 멍청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속담은 무구한 역사를 통해서 검증받아왔습니다. 저는 우리의 교육환경에서도 충분히 검증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노는 행위는 우리의 우뇌를 자극합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 결코 자랑거리가 되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창조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의 교육과정을 혁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미래의 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여가 시간이 많아질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일하는 시간이 많은 나라에 속합니다. 하지만 머잖아 한국의 일하는 시간도 감소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미래의 사회에서 돈버는 일자리는 무엇일까요? 바로 사람의 여가시간을 선도할 수 있는 일자리일 것입니다. 노는 것도 놀아본 놈이 더 잘 논다고 합니다. 많이 놀아봐야 노는 것에서 돈 버는 방법도 더 많이 터득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직장문화는 바로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놀이문화입니다. 애플이 멋진 스마트폰을 개발해서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는 것도 바로 인문학적인 소양이 놀이문화와 결합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애플의 제품에는 최첨단의 기술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세상을 즐겁게 바라보는 놀이문화적 시선이 들어가 있을 뿐입니다. 2013년 3분기에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영업이익률 점유율을 보면 애플 56%  대 삼성 53%이었습니다. 양사는 거의 어금지금한 수준에서 겨루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2014년 3분기에는 애플 86% 대 삼성 18%입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서 삼성이 크게 분발을 할 것입니다. 최첨단 산업에 있어 창조성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쓸데없는 경쟁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엄청난 공부시간이 우리의 아이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지 않을 것을 압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규정해 놓은 엄격한 생존경쟁의 틀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창의성을 위해 아이들에게 여가시간을 갖게 하고 싶어도 아이의 친구들을 보면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내 아이만 뒤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모든 학부형이 모여서 신사협정을 맺는 것은 어떨까요? 자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여유시간을 줍시다. 하루에 몇 시간 이상 강제로 교육하게 하지 말고, 아이들의 재량에 맡깁시다. 학교에서도 입시위주로 암기식 교육보다는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합시다.

그런데 이러한 신사협정이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다른 모든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내 아이만 열심히 공부한다면 혼자서 서울대를 당당히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혼자 아이를 닥달하려는 마음이 앞섭니다. 이 마음을 다른 학부모도 알기 때문에 몰래 아이를 공부시킵니다. 신사협정은 바로 깨집니다.

우리 학부모가 모두 원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정부가 이와 비슷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학부모가 할 수 없는 것을 강제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믿습니다.